전시 · 2024
전시 《Letters from Baker Street 221B: Scent of Shadow》에서 만나는 여덟 가지 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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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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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분
이 글은 2024년 12월 18일에 베트남어로 게시된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그 뒤의 소식:
- 2024년 12월 호찌민시에서 열린 전시 《Letters from Baker Street 221B》는 이미 막을 내렸습니다.
- 이 글은 Shadow Éclat가 ‘여섯 번째 니치 향이 될 예정’이던 때에 쓰였습니다. Shadow Éclat는 2025년 2월에 정식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후각 개인전 《Pluviophile – Kẻ yêu mưa》(비를 사랑하는 사람)에 이어, Rei Nguyen이 이번에는 전시 《Letters from Baker Street 221B: Scent of Shadow》(베이커 가 221B에서 온 편지)로 뜻밖의 모험을 펼친다. 향이 한 겹씩 번질 때마다 수수께끼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코넌 도일이 남긴 불후의 책장에서 영감을 얻은 이 전시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향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끌 것이다. 전시장의 향은 저마다 하나의 문이 되어, 서로 맞선 두 천재 셜록 홈스와 제임스 모리아티가 벌이는 팽팽한 이야기 속으로 이어진다. 이 전시는 후각으로 떠나는 여행이면서, 향기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R Parfums의 창립자 Rei Nguyen은 은유로 가득한 공간 안에 선과 악, 빛과 어둠의 메아리를 솜씨 있게 엮어 넣었다. 상징과도 같은 두 인물에서 출발해 Rei Nguyen 작가는 여덟 가지 향을 지었다. 향 하나가 곧 이야기 하나이고, 공들여 걸러 낸 감정 하나다. 셜록의 날카롭고 차가운 이성에서 모리아티의 교활하고 음험한 속내까지, 겹겹의 향은 위대한 두 정신의 내면으로 들어오라는 초대다. 《Letters from Baker Street 221B》는 저마다 다른 여덟 가지 향으로 관람객을 여러 감정의 결 사이로 이끌고, 기억과 상상, 사색을 다시 불러낸다.


1. London Fog · 런던의 뿌연 안개 속에서
런던은 언제나 오래되었으면서도 새로운 도시다. 런던의 명물로는 흔히 은빛 비와 도시를 감싸는 안개가 꼽힌다. London Fog는 몽환적인 향이다. 일렁이다 가라앉는 물결을 비추는 수면처럼, 밤의 런던에서 안개에 덮인 어둑한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실재와 환영, 빛과 어둠이 줄다리기하는 순간이다. 상쾌한 오존 향이 열리면 이른 아침의 서늘하고 멈춘 듯한 공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오렌지 블러섬과 하얀 은방울꽃이 피는 미들 노트는 부드럽지만, 수수께끼도 그에 못지않다. 베이스 노트가 밀려오면 앰버와 쓰촨 후추의 온기가 유려한 선율처럼 울리고, 상상은 아직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 쪽으로 흘러간다. 허와 실, 밝음과 흐림의 향: 흐릿하게 번지며, 상쾌하게 열려 부드러운 꽃향기를 지나 따뜻하고 신비롭게 끝난다. Top notes: Ozone, Fog Accord, Petitgrain · Middle notes: Lily of the Valley, Orange Blossom · Base notes: Sichuan Pepper, Amber


2. Depict “The Sign of Four” · 《네 사람의 서명》을 풀다
Depict “The Sign of Four”는 셜록 홈스의 수사에서 숨 막히게 팽팽했던 순간을 되살린다. 투쟁의 향이다. 총과 탄환. 자욱한 연기. 그래도 어딘가에는 셜록 특유의 생각에 잠긴 얼굴, 오만함, 무심함이 조금씩 배어 있다. 남의 것을 탐하지도, 남에게 성내지도 않는, 스스로 충만한 영혼. 팽팽한 맞섬과 갈망, 그리고 표면 아래 깊이 숨은 비밀의 향이다. 첫 향은 ‘금속’에서 오는 차갑고 날 선 감각으로 열린다. 두뇌와 두뇌가 맞붙을 때의 긴장 그 자체다. 미들 노트에서는 향신료가 터져 나와 어지러우면서도 사람을 홀린다. 통카빈과 화약 연기의 베이스 노트는 해방과 승리의 여운을 남기고, 흡족하게 끝맺은 이야기처럼 닫힌다. 투쟁, 그리고 충만을 향한 갈망의 향: 차갑고 날카롭게 열려 향신료와 연기로 짙어지고, 통카빈으로 따뜻하게 끝난다. Top notes: Metallic Accord · Middle notes: Saffron, Carnation, Nutmeg · Base notes: Blood, Gun Fire, Tonka Bean

4. Letters to 221B Baker Street · 런던 베이커 가 221B로 보내는 편지
베이커 가 221B의 문은 셀 수 없이 많은 비밀이 풀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Letters to 221B Baker Street는 그 이야기에 바치는 헌사다. Rei Nguyen 작가가 어린 시절의 영웅 셜록 홈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따로 지은 향이다. 많은 이에게 셜록은 지어낸 이야기, 실재하지 않는 인물일지 모른다. 그러나 Rei Nguyen에게 셜록 홈스는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빛과 어둠과 다채로운 삶을 곱씹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친애하는 셜록에게. 어린 시절부터 줄곧 제 마음속의 영웅이 되어 주어 고맙습니다. 저는 인형이나 옷 입히기 장난감과 함께 자라지 않았습니다. 빛과 어둠이 맞서는 이야기 속에서 자랐습니다. 세계 곳곳의 셜로키언(Sherlockian)이 그렇듯, 제 세계관에 남은 셜록의 자취는 가상의 인물 하나에 머물지 않습니다. 올곧음과 재치와 날카로움, 정의를 향한 흔들림 없는 믿음에 고맙습니다. 자랑스럽고 빛나는 ‘ghost hero’가 되어 준 것에도 고맙습니다. 이 향의 길에서 예술의 재료 한 조각이 되어 주어 고맙습니다. Rei Nguyen” 상쾌하고 맑게 열려, 짙은 가죽과 깊고 따뜻한 향으로 끝난다. Top notes: Green Mandarin, Lemon, Blackcurrant · Middle notes: Osmanthus Absolute, Geranium, Rose · Base notes: Birch Tar, Ambrette Seed, Leather, Peru Balsam, Tobacco

5. The Napoleon of Crime · 어둠의 정복자
‘범죄계의 나폴레옹’ 모리아티는 대담하고 오만한 향으로 등장한다. The Napoleon of Crime은 어둠의 행군이자, 권력과 수수께끼가 함께 울리는 교향곡이다. 셜록 홈스가 사람을 아끼는 쪽이라면, 제임스 모리아티는 잔인하고 물러설 줄 모르며 언제나 이기기를 바라는 쪽이다. 첫 향은 핑크 자몽의 생기로 열려 힘 있고 단호한 인상을 준다. 달콤한 장미가 피어나는 미들 노트는 어둠이 건네는 유혹의 속삭임이다. 베이스 노트가 퍼지면 파촐리와 인센스, 가죽이 깊은 끝맺음을 만들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긴다. 핑크 자몽의 생기, 달콤한 장미, 그리고 파촐리와 가죽의 따뜻한 마무리. Top notes: Pamplemousse, Pink Grapefruit · Middle note: Rose · Base notes: Cypriol, Patchouli, Incense, Cuir Accord


6. The Drive · 마지막 사건
The Drive는 마지막 싸움의 향이다. 빛과 어둠이 운명의 순간에 마주 선다. 강인함과 결단을 찾는 이를 위한 향이기도 하다. 제임스 모리아티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단편 〈마지막 사건〉(The Final Problem)이다. 셜록 홈스가 영국의 모든 범죄 뒤에 숨은 우두머리의 정체를 밝혀내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향은 무엇일까? 제임스 모리아티의 집요함과 야심, 물러섬 없는 태도를 움직인 동력일까? 어딘가에서 랍다넘의 진한 레진(나무 수지) 향, 백합의 싱그럽고 달콤한 기운, 계피의 알싸함이 스친다. 머스크와 흑후추, 랍다넘이 어우러진 베이스 노트는 강한 자국을 새긴다. ‘마지막 사건’의 향: 상쾌하게 열려 부드러운 튜베로즈를 지나, 머스크와 흑후추로 힘 있게 끝난다. Top notes: Bergamot · Middle notes: Tuberose, Hyacinth · Base notes: Cassia, Musk, Black Pepper, Labdanum Absolute

7. The Reichenbach Falls · 빛나는 심연
홈스와 모리아티가 마지막으로 맞붙은 라이헨바흐 폭포의 전설이 The Reichenbach Falls로 되살아난다. 끝과 다시 태어남의 향,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빛의 향이다. 물에 흠뻑 젖은 빛나는 심연과 이끼,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볕의 열기, 그리고 등 뒤에 버틴 바위와 낭떠러지의 서늘함을 그린다. 젖은 흙과 단단한 바위의 냄새로 열리며, 험한 벼랑 끝으로 데려간다. 바이올렛 잎과 블루벨이 어우러진 미들 노트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처럼 가볍다. 이끼와 샌들우드, 앰버가 남는 베이스 노트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처럼 깊고 오래 머문다. 끝과 다시 태어남의 향: 젖은 흙과 바위로 시작해 꽃과 잎으로 가벼워지고, 이끼와 샌들우드, 앰버로 깊게 가라앉는다. Top notes: Wet Soil, Hard Rocks · Middle notes: Violet Leaf, Bluebell · Base notes: Moss, Vetivert, Sandalwood, Ambergris

8. Shadow Éclat · 찬란한 어둠
Rei Nguyen 작가가 제임스 모리아티에게 바치고 싶었던 향이다. 자기 안의 어둠, 삶에 찾아왔던 먹구름에게 바치는 향이기도 하다. Shadow Éclat는 221B와 짝을 이루어, 서로 맞서는 원료의 아름다움을 각기 다른 결로 풀어낸다. 작가의 향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며, 여섯 번째 니치 향이 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Shadow Éclat를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이는 자리다. 221B의 노트가 깨끗한 가죽, 꿀처럼 달고 찰랑이는 위스키를 그렸다면, Shadow Éclat는 달콤한 연기와 약간의 풀 내음, 따뜻한 후추에 이모르텔을 더한 변주다. 찬란한 어둠은 부드럽게 열린다. 생각만큼 ‘악’하지 않아 조금 놀랄지도 모른다. 대신 살며시 끌어당긴다. 런던의 길모퉁이마다 변장의 달인이었던 제임스 모리아티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죽의 연기 낀 면과 초록빛 면이 또렷해지고, 여운을 남기며 서로 감긴다. 어둠은 부드러울 뿐, 그리 무섭지 않다. 그렇지 않은가? 찬란한 어둠의 향: 상쾌하게 열려 꽃과 풀의 단맛을 지나, 머스크와 가죽으로 따뜻하게 끝난다. Top notes: Green Mandarin, Ozone, Magnolia · Middle notes: Geranium, Rose, Iris, Osmanthus Absolute · Base notes: Immortelle Absolute, Black Pepper, Suede Leather

개인전 《Letters from 221B Baker Street: Scents of Shadow》는 후각의 모험이면서, 감정과 상상의 세계로 들어서라는 초대다. 향 하나, 이야기 하나가 모두 빛과 어둠, 셜록 홈스와 제임스 모리아티의 대결을 그린 큰 그림의 한 조각이다.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은 누구나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안고 나서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