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2024
향 전시 《Pluviophile – Kẻ yêu mưa》, 일곱 가지 향에 담긴 이야기
- 게시일
- 언어
- 한국어
- 읽는 시간
- 4분
이 글은 2024년 7월 29일에 베트남어로 게시된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그 뒤의 소식:
- 본문에 소개된 2024년 7월~2025년 8월 전시 시리즈 일정은 이미 지났습니다.

“Pluviophile은 비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빗속에서 조용한 기쁨을 누립니다. 빗소리가 부드러운 장막이 되어 주면, 그 안에서 마음속 목소리가 비로소 입을 엽니다. 비는 금세 지나갑니다. 그러나 비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향은 언제까지나 피부에 머뭅니다.”
Rei Nguyen
예술의 세계에서 향은 다른 예술을 거드는 보조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그 자체로 독립된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조향 아티스트 Rei Nguyen은 첫 개인전 《Pluviophile – Kẻ yêu mưa》(비를 사랑하는 사람)에서 이를 증명해 보였다.
《Pluviophile – Kẻ yêu mưa》 전시는 Rei Nguyen이 이어 갈 니치 향수 전시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작가는 주제를 달리한 전시를 차례로 열며 개성 있는 향 다섯 가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첫 전시에서 작가는 저마다 결이 뚜렷한 향 일곱 가지로, 베트남에서 일본까지 이어지는 향의 길에 관람객을 들인다. 향마다 비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씩 담겨 있다.
Green Green Grass · 푸르고 푸른 풀밭
맨발로 부드러운 풀밭을 걷는다. 발이 땅에 닿는 일은 경이롭다. 지상의 향. 발이 땅에 입 맞출 때.
맨발로 푸른 풀밭을 디디면 발밑의 흙이 서늘하고 보드랍다. Green Green Grass는 풀밭을 뛰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새로운 발견이던 날들이다. 싱그러운 풀 내음의 탑 노트로 열리고, 바이올렛 잎의 미들 노트를 지나, 촉촉한 흙의 베이스 노트로 마무리된다.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가깝고, 익숙한 향이다.
Top notes: Cut Grass
Middle notes: Violet Leaf
Base notes: Wet Soil
Petrichor · 비 온 뒤의 흙 내음
지나가는 비를 땅이 미소로 맞는다. 메마른 날들 끝에. 잔잔한 기다림의 향.
Petrichor는 첫 빗방울이 메마른 땅에 떨어진 직후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다. 지오스민, 오존, 헤디온, 파촐리, 카스토레움, 랍다넘 특유의 향이 그 순간을 실어 온다. 기다림과 잔잔함의 향. 비가 한바탕 지나간 뒤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바로 그 느낌이다.
Top notes: Geosmin, Ozone
Middle notes: Hedione
Base notes: Patchouli, Castoreum, Labdanum
Wet Umbrella · 젖은 우산
투명 우산의 묘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비가 온몸을 감싸는 것 같은데, 정작 몸은 젖지 않는다는 것.
Wet Umbrella는 빗속의 젖은 우산을 그려 낸다. 무엇보다 비가 온몸을 감싸는데도 젖지 않는, 바로 그 느낌을 담았다. 푸른 오이의 향에 머스크와 샌들우드의 노트가 더해져 싱그럽고 상쾌하다.
Top notes: Wet Umbrella
Middle notes: Green Cucumber
Base notes: Musk, Sandalwood
A Lonely Cloud · 외로운 구름
떠도는 구름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다른 구름과 엉겨 비가 되거나. 영영 흩어지거나. 어느 쪽이 되든, 그 바탕은 여전히 외롭고도 유유자적한 구름 한 조각이다.
A Lonely Cloud는 갈림길에 선 외로운 구름의 이야기다. 다른 구름에 섞여 비가 될 것인가, 영영 사라질 것인가. 레몬, 페티그레인, 은방울꽃, 일랑일랑, 앰버, 바닐라로 지은 이 향은 고독하지만 자유롭고, 평온하다.
Top notes: Lemon, Petitgrain
Middle notes: Muguet, Ylang-Ylang
Base notes: Ambert, Vanilla
Rain on a Lake · 연못 위의 비
하늘에서 온 비가 고요한 연못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노닌다. 바람이 불 때마다 비는 자유로이 춤춘다. 물과 물의 다정한 만남.
Rain on a Lake는 고요한 연못 위에서 춤추는 빗방울을 그린다. 핑크 페퍼콘, 자몽, 갈바넘, 히아신스, 베티버의 노트가 싱그러움과 부드러움을 빈틈없이 엮어 낸다. 물 위로 가만가만 내리는 비처럼.
Top notes: Pink Peppercorn, Grapefruit
Middle notes: Galbanum, Hyacinth
Base notes: Vetivert
On a Wooden Bench · 나무 벤치 위에서
나무에는 타고난 기억이 있어, 그 위에 앉았던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새겨 둔다. 홀로 생각에 잠길 자리로는, 때로 나무 벤치 하나면 충분하다.
An Old Wooden Chair는 앉은 이의 생각과 감정을 새겨 두는 나무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베르가못, 제라늄, 라벤더, 시더우드, 통카 빈이 예스럽고 따스한 기운을 자아낸다.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자리, 흘러가는 삶 한가운데 마련된 나만의 한구석 같은 향이다.
Top notes: Bergamot
Middle notes: Geranium, Lavender
Base notes: Cedarwood, Tonka Bean
Wild Flowers · 들꽃
커다란 나무줄기 아래, 짙푸른 풀밭 위.
가녀린 들꽃이 빗줄기의 장단에 맞춰 하늘하늘 몸을 돌린다. 들꽃의 향은 물이 서늘하게 속삭이는 소리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맑게 다가온다. 비가 내는 그 소리 속에서.
Top notes: Basil, Sweet Orange
Middle notes: Bluebell, Daisy
Base notes: Mahogany, Guaiac Wood
향 하나하나가 한 편의 이야기이자 경험이며, 향기라는 창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라는 초대다. 향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사랑한다면 이 전시를 놓치지 말기를. 《Pluviophile – Kẻ yêu mưa》의 경이를 직접 만나 볼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