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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 2025

후각의 세계를 건너는 미각의 길

게시일
언어
한국어
읽는 시간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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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5년 7월 9일에 베트남어로 게시된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입술, 코, 귀, 눈, 손을 이어 붙인 흰 석고 조각. 여러 감각이 하나로 얽힌 모습.

후각의 세계를 건너는 미각의 길: 향이 맛을 불러내고, 기억이 혀가 될 때

미각과 후각, 그 기묘한 교차.

아주 고요한 순간들이 있다. 향 하나를 맡았을 뿐인데, 무언가 아주 옅은 것을 막 맛본 듯한 순간. 앞에 놓인 음식도, 손에 든 차 한 모금도 없는데 미각이 깨어난다. 그 여운은 또렷하지도 진하지도 않지만, 어딘가 아련한 느낌을 남긴다. 누군가 방금 향으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 것처럼.

향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는 향이 후각에만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향은 기억과 감정 속으로, 그리고 때로는 미각에까지 스며든다. 물리적인 방식이 아니라 상상으로, 지난날의 기억으로, 잴 수 없는 저마다의 연상으로.

상상의 미각: 기억으로 향을 맛보다

미각과 후각은 본래 생물학적으로 아주 긴밀히 이어져 있다. 그러나 두 감각의 공명은 생리학에서 멈추지 않는다. 후각을 충분히 섬세하게 이끌면, “맛보는” 것과 아주 닮은 감각을 깨울 수 있다. 혀가 아니라 기억을 거쳐서.

눈을 감고 젖빛 유리잔에 입을 대는 여성의 근접 사진. 기억 하나를 맛보는 듯하다.
눈을 감고 젖빛 유리잔에 입을 대는 여성의 근접 사진. 기억 하나를 맛보는 듯하다.

우리는 향 자체는 잘 기억하지 못해도, 그 향에 얽힌 상황은 기억한다. 그래서 어떤 향이 맛과 함께했던 순간, 이를테면 오후의 찻자리나 어린 시절의 음식, 장마철의 부엌을 정확히 건드리면 상상의 미각도 함께 깨어난다.

그때 향은 더는 “맡기” 위한 것에 머물지 않고 일종의 여운이 된다. 가볍고 여리지만, 아주 생생하다.

한 갈래의 감각에서 서로 겹치는 경험으로

그리고 바로 이 감각에서 출발해, 2024년 8월 OKU – Regent Phú Quốc에서 남다른 경험 하나가 펼쳐졌다.

따뜻한 조명 아래 바 카운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검은 옷의 셰프. OKU – Regent Phú Quốc의 Olfactory Omakase.
따뜻한 조명 아래 바 카운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검은 옷의 셰프. OKU – Regent Phú Quốc의 Olfactory Omakase.

음식과 향, 두 세계의 교차를 품은 Olfactory Omakase는 R Parfums가 Andy Huỳnh 셰프와 함께 시각과 미각과 후각을 여러 겹으로 잇는 코스를 지은 자리였다. 여섯 가지 요리는 여섯 겹의 향에 맞춰 따로 설계되었고, 식탁의 일부처럼 내어진 향들이 감정의 흐름을 이끌었다.

그 자리에서 향은 맡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요리처럼 “차려졌다”. 노트 하나하나가 상상의 여운 한 겹이 되어 음식의 디테일 사이로 스며들었고, 익숙하면서도 이름 붙일 수 없는 감각을 불러냈다.

후각으로 깨어난 미각은 또 다른 경험의 층을 연다. 손님은 요리 하나를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지나간 무언가를 다시 살아 본다.

푸른 유약을 입힌 도자 그릇에 담긴 어린 사탕수수 토막과 흰 꽃 한 송이. Nostalgic March의 향을 떠올리게 한다.
푸른 유약을 입힌 도자 그릇에 담긴 어린 사탕수수 토막과 흰 꽃 한 송이. Nostalgic March의 향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 한 모금, 향이 맛을 불러낼 줄 알 때

어떤 향은 바로 이 감각을 깨우도록 짜인다. 사탕과 과자처럼 쨍하게 단 구르망 계열이 아니라, 쌀뜨물이나 어린 사탕수수, 오렌지 껍질, 차 향처럼 숨어 있는 단맛이다. 이런 향은 사람을 “배고프게” 하거나 식욕을 돋우지 않는다. 대신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R Parfums가 지은 Nostalgic March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 향의 층위는 어떤 특정한 음식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은은한 포멜로 꽃과 우려낸 찻잎, 스치듯 지나가는 어린 사탕수수가 어우러지는 사이, 이른 봄 차 한 모금을 머금은 듯한 감각을 문득 만나게 된다. 맛은 또렷하지 않지만, 끝맛은 달고 시원하고 낯익다.

그것이 정확히 무슨 향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같은 감각을 알아본다. 아주 가벼운 무언가가 한때 목을 타고 넘어갔고, 이제 향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

감각에 그치지 않는, 미학의 한 층위

후각으로 미각을 깨우는 일은 잔재주가 아니다. 예술 쪽으로 기운 창작자들에게 이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층에 닿는 한 방법이다. 소리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색이 감정을 일깨우듯, 향은 상상의 미각이 섬세한 표현의 도구가 되도록 길을 열 수 있다.

그곳에서 후각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라, 다른 감각들이 지나가는 문이 된다. 일종의 “겹겹이 포개진 다감각”이다. 공간의 고요와 흐릿한 빛의 층, 옅은 향 한 줄기만으로도 온전한 경험 하나가 다시 세워진다. 먹는 중인지, 마시는 중인지, 아니면 그저 기억하는 중인지 알 수 없는 경험이다.

흰 자기 접시 위에 정갈하게 담긴 요리, 초록 소스와 딜, 뒤로 흐릿한 유리잔. Omakase 코스의 한 접시.
흰 자기 접시 위에 정갈하게 담긴 요리, 초록 소스와 딜, 뒤로 흐릿한 유리잔. Omakase 코스의 한 접시.

향은 더 이상 홀로 있는 감각이 아니다

후각이 미각을 깨울 때 향은 더 풍성해진다. 코를 지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에 스며들고, 몸 안에서 반응하며, 이미 지나갔다고 여긴 경험들을 전혀 다른 길로 되돌려 놓는다.

R Parfums의 Nostalgic March는 여러 예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 향 하나로 우리는 알게 된다. 고요함으로, 디테일로, 기억으로 지은 향 안에는 언제나 “맛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혀가 아니라,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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