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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 2025

수선화에서 Eau de Hajime로: 한 송이 꽃이 예술의 향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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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한국어
읽는 시간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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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5년 3월 7일에 베트남어로 게시된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가느다란 초록 잎 사이로 흰 꽃잎에 노란 꽃술을 단 수선화 화분, 배경에 따뜻한 조명이 흐릿하다. Eau de Hajime가 시작된 꽃

향의 세계에서 수선화가 지닌 아름다움

향수의 세계에서 모든 원료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강렬하고 대담한 향이 있는가 하면, 낮게 가라앉는 음 하나처럼 부드러운 향도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유독 남다른 꽃이 있다. 맑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라, 그 꽃을 돌보고 아끼는 사람의 손길이 더없이 세심하기 때문이다. 수선화는 시작의 상징이다. 마음이 일렁이던 모든 처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린 꽃잎에서 출발해, 향수 짓는 일을 깊이 이해하는 이들의 손을 거쳐 태어난 섬세한 향 Eau de Hajime에 이르기까지. 이 길은 추출과 배합의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이 감정으로, 기억이 향의 흔적으로 바뀌어 가는 변화이기도 하다.

예술적인 향수 속, 수선화의 순수함

수증기 증류로 에센셜 오일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여러 꽃과 달리, 수선화는 훨씬 섬세하고 공들인 추출 과정을 요구한다. 용매 추출(solvent extraction)은 앱솔루트를 얻기 위한 핵심 단계다. 앱솔루트는 가장 귀하고 농축된 형태의 추출물로, 이 꽃의 영혼을 온전히 담아낸다. 추출이 까다롭다는 사실은 수선화를 향수 산업에서 보기 드문 원료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호사와 세련됨의 상징으로 끌어올렸다. 세부 하나하나까지 공을 들이는 고급 향수에서만 수선화는 비로소 온전히 쓰일 수 있고, 가볍고 맑으면서도 깊이 있는 향을 빚어낸다.

작은 노란 꽃술을 품은 새하얀 수선화 꽃송이 근접 사진, Eau de Hajime의 중심이 되는 원료
작은 노란 꽃술을 품은 새하얀 수선화 꽃송이 근접 사진, Eau de Hajime의 중심이 되는 원료

Eau de Hajime에서 이 꽃은 노트 하나에 머물지 않고 향 전체의 중심에 선다. 수선화에는 보기 드문 청초함이 있다. 자연과 조향이 완벽하게 맞물린 덕분에 그 순수한 아름다움은 고스란히 남아, 잊기 어렵고 마음을 울리는 향으로 바뀌었다.

꽃 한 송이가 향이 되기까지

검은 천 위에 놓인 다듬기 전의 수선화 구근, 연갈색 껍질 사이로 초록 싹이 막 돋았다
검은 천 위에 놓인 다듬기 전의 수선화 구근, 연갈색 껍질 사이로 초록 싹이 막 돋았다

1단계: 수선화 수확과 선별

수확 시기는 향의 품질을 좌우한다. 수선화는 꽃잎이 활짝 열렸으면서도 아직 싱그럽고 맑은 기운을 간직한 바로 그때를 골라 공들여 딴다. 수확 직후 곧바로 추출할 수 있는 여러 원료와 달리, 수선화는 고유한 향의 층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별도의 처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2단계: 정수를 얻는 용매 추출(Solvent Extraction)

용매 추출은 수선화 본연의 향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먼저 꽃을 순한 유기 용매에 담가 향 성분을 녹여 낸다. 이 용액을 걸러 농축하면 콘크리트가 된다. 꽃 본연의 정수를 품은, 향기로운 밀랍 형태의 물질이다. 전문가들은 이 콘크리트에서 다시 앱솔루트를 추출한다. 수선화의 영혼을 온전히 실어 나르는 짙은 정수다. 이 과정에는 높은 숙련도와 세심함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실수 하나에도 향이 변하거나 본래의 섬세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은 장갑을 낀 두 손이 작은 칼로 수선화 구근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 하얀 속살과 초록 싹을 드러낸다작업대에서 시향지의 향을 맡는 조향사, 뒤로 호박색 에센셜 오일 병이 늘어선 선반
검은 장갑을 낀 두 손이 작은 칼로 수선화 구근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 하얀 속살과 초록 싹을 드러낸다 · 작업대에서 시향지의 향을 맡는 조향사, 뒤로 호박색 에센셜 오일 병이 늘어선 선반

3단계: 조향,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자리

수선화 향수 Eau de Hajime에서 수선화는 홀로 서지 않고, 완성도 높은 하나의 향 안에 녹아든다. 첫머리에서는 페티그레인과 배, 베르가못의 산뜻함이 맑은 인상을 남긴다. 수선화 구근의 껍질을 막 벗겨 내 여린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처럼. 미들 노트에서도 수선화는 혼자가 아니다. 재스민, 장미, 존퀼 앱솔루트와 어우러져 따뜻하면서도 특유의 맑고 가벼운 결을 잃지 않는다. 베이스 노트에서는 파촐리, 랍다넘, 오크모스, 앰버가 낮은 음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피부 위에 머무는 여운처럼, 잊기 어려운 흔적으로.

Eau de Hajime, 처음 마음이 움직이던 날: 향이 들려주는 감정의 이야기

Eau de Hajime의 향은 노트들을 단순히 엮어 놓은 것이 아니다. 층마다 “처음 마음이 움직이던 순간”의 장면 하나하나를 담은 감정의 흐름이다. 무언가가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고 처음 느끼는 그 순간 말이다. 톱 노트, 처음의 설렘. 향은 페티그레인과 배, 베르가못으로 열린다. 가슴이 처음 두근거리던 순간 같다. 맑고 새로운 감각, 아침 햇살이 마음에 살며시 닿는 듯하다. 이 층은 모든 감각을 깨우고 환하게 밝히지만, 어딘가 서툰 떨림도 살짝 스쳐 간다. 무척 아름다운 무언가에 처음 손이 닿았지만 아직 감히 붙잡지 못하는 순간처럼. 미들 노트, 감정이 깊어질 때. 처음의 떨림은 차츰 더 따뜻하고 진솔한 마음에 자리를 내준다. Eau de Hajime의 중심인 수선화가 섬세하게 피어나 재스민, 장미, 존퀼 앱솔루트와 어우러지며,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힘을 전한다. 이 층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설렘은 더 이상 스쳐 지나가지 않고, 삶의 아름다운 것들을 아끼고 보듬는 마음이 된다. 베이스 노트, 바래지 않는 추억의 흔적. 감정이 온전히 차오르고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닿았을 때, 파촐리, 랍다넘, 오크모스, 앰버가 깊은 여운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마음이고, 머물러 남은 추억이며, 더는 머뭇거리지 않는 감정의 단단함이다.

푸른빛 파티나를 입힌 황동판과 금색 뚜껑의 Eau de Hajime 병, 돌판 위 배와 수선화 사이에 놓여 있다
푸른빛 파티나를 입힌 황동판과 금색 뚜껑의 Eau de Hajime 병, 돌판 위 배와 수선화 사이에 놓여 있다

Eau de Hajime는 향이기 전에 하나의 이야기다. 너무도 순수하고 진실한 무언가 앞에서 처음 마음이 흔들렸던 이야기. 세상을 향해 처음 마음을 연 순간일 수도, 두려움 없이 처음 사랑한 순간일 수도, 혹은 그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순간일 수도 있다. 이른 아침 수선화 꽃잎에 맺힌 이슬처럼 청초하면서도 깊어서, 한번 닿으면 곁에 남아 잊을 수 없는 흔적이 된다. 요란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게, 저만의 방식으로 고요히 내려앉는다. 간결함의 아름다움을, 맑으면서도 깊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위한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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